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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억만장자, '올리가르히'에 대한 우리가 몰랐던 사실들
    재미없는 논문 읽기 2025. 8. 2. 02:56

    오늘 소개할 논문은 러시아의 억만장자들(Russia's Billionaries)라는 논문입니다. 6 페이지의 짧은 논문이고 복잡한 회귀분석이 들어간 것도 아니지만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실증분석을 통해 주장을 강화했고, 세간의 인식에 참신한 시각을 심어준 논문으로 평가받습니다.

    Treisman, D. (2016). Russia's billionair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6(5), 236-241.

     

    Russia's Billionaires - American Economic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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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러시아 억만장자' 하면 흔히 '올리가르히(Oligarch)'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막대한 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소수의 과두 재벌 말이죠. 1990년대 공산주의 붕괴 후 혼란한 틈을 타 석유와 천연가스를 독차지해 부를 쌓았다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과연 얼마나 사실일까요? UCLA의 다니엘 트레이스먼(Daniel Treisman)은 포브스(Forbes)가 매년 발표하는 억만장자 명단 데이터를 분석하여 우리가 가진 통념이 오늘날의 현실과 어떻게 다른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보여줍니다.

    1. 러시아의 억만장자, 정말 이례적으로 많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러시아의 억만장자 수는 세계적인 흐름과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습니다. 러시아에 억만장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1990년대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억만장자가 급증하던 200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러시아의 억만장자는 1996년에는 한 명도 없었지만 2014년에는 111명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출처: Treisman, D. (2016)

    이는 러시아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화와 함께 진행된 거대한 흐름의 일부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습니다. 러시아의 경제 규모, 인구, 세율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러시아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억만장자를 보유한 국가로 나타났습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 독일, 인도 등과 함께 '억만장자가 과도하게 많은' 국가 그룹에 속합니다. 즉, 세계적 흐름을 따르면서도 무언가 '러시아적인' 특수성이 더해져 유난히 많은 부호가 탄생했다는 뜻입니다.

    이때 저자는 포아송 회귀(Poisson regressions)를 이용해서 설명변수들을 추가해가면서 러시아의 실제 억만장자 숫자와 예측된 억만장자 숫자를 비교했습니다. 포아송 회귀는 종속변수가 사람의 숫자나 버스가 오는 횟수 등 0 이상의 정수로 표현되는 "카운트 데이터(Count data)"일 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일반선형회귀(OLS; Ordinary Least Square) 보다 적절한 방식으로 평가됩니다.

    포아송 회귀의 기본 아이디어는 종속변수가 평균과 분산이 $\lambda_i$로 같은 포아송 분포를 따른다고 가정합니다:

    $$y_i\sim\text{Posisson}(\lambda_i), \quad \text{where} \quad \lambda_i = \mathbb{E}[y_i|X_i].$$

    이때, 확률질량함수(PMF: Probability Mass Function)를 최대우도추정법(MLE: Maximum Likelihood Estimation) 방법으로 추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평균은 설명변수의 선형결합과 로그 링크 함수로 연결되며,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
    \log(\lambda_i) = X_i \beta \quad \Leftrightarrow \quad \lambda_i = \exp(X_i \beta)
    $$
    주어진 데이터 $(y_1, X_1), \dots, (y_n, X_n)$에 대해 로그우도 함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
    \log L(\beta) = \sum_{i=1}^n \left( y_i X_i \beta - \exp(X_i \beta) - \log(y_i!) \right)
    $$
    이 로그우도 함수를 최대화(MLE)하여 $\hat{\beta}$를 추정합니다. $\hat{\beta}$를 구하면 각 관측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예측값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
    \hat{\lambda}_i = \exp(X_i \hat{\beta})
    $$

    2. 어떻게 부자가 되었나? (석유 재벌은 옛말)

    러시아 부호는 대부분 1990년대 국영기업 민영화 과정에서 석유나 천연가스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이것은 '1세대 올리가르히'에게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2005년 당시 억만장자 중 56%가 석유, 가스, 석탄 등 탄화수소 분야로 부를 축적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의 모습은 완전히 다릅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 석유·가스·석탄 분야의 부자는 28%로 비중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 금속 분야 역시 48%에서 20%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 가장 흔한 부의 원천은 금융(은행, 보험 등) 이 되었으며, 32%를 차지했습니다.
    • 그 외에도 부동산(19%), 화학(13%), 정보기술(8%)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억만장자가 탄생하며 부의 지형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민영화 신화'도 다시 봐야 합니다. 2015년 기준 억만장자 88명 중 1990년대의 대규모 민영화 거래로 부를 쌓은 사람은 34명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러시아 억만장자의 3분의 2는 2006년 이후에 처음 명단에 이름을 올린 '신흥 부호'들이며, 이들 중 1990년대 민영화로 부자가 된 경우는 4분의 1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들은 민영화 이후 기업들을 인수해 구조조정하거나, 유통 및 부동산 제국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부를 쌓았습니다.

    3. 억만장자의 지위, 얼마나 안정적일까?

    '불안정한 재산권'으로 유명한 러시아에서 억만장자의 지위는 얼마나 위태로울까요? 논문은 부를 잃는 이유가 시기에 따라 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합니다.

    • 푸틴 집권 초기 (2000-2005년): 이 시기에 억만장자 지위를 잃은 9명은 예외 없이 정부의 법적 위협이나 기소 때문이었습니다. 정치적 압력만이 유일한 위협이었던 셈입니다.
    • 그 이후 (2006-2015년): 상황은 180도 바뀝니다. 이 기간에 억만장자 목록에서 탈락한 63명 중 국가의 압력이 명백하게 작용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대부분은 시장의 힘에 굴복한 경우였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15년 유가 및 루블화 가치 폭락 시기에 기록적으로 많은 억만장자가 재산을 잃었습니다.

    흥미로운 역설도 발견됩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 억만장자가 된 이들의 '생존율'은 오히려 미국 부자들보다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 등장한 신흥 억만장자들의 탈락률은 다른 국적의 부자들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결론: '올리가르히'에 대한 시각을 업데이트할 시간

    다니엘 트레이스먼의 연구는 러시아 억만장자에 대한 우리의 낡은 이미지를 여러 각도에서 깨뜨립니다.

    1. 러시아의 억만장자 급증은 1990년대의 특수한 현상이라기보다 2000년대의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했다.
    2. 부의 원천은 석유와 금속에서 금융, 부동산, IT 등으로 훨씬 다양해졌다.
    3. 부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2000년대 초반의 정치 권력에서 이제는 시장 경제의 변동성으로 바뀌었다.

    물론 이 데이터만으로 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부의 축적 과정이 정당했는지(가치 창출인지, 지대 추구인지) 모두 판단할 수는 없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냉전 종식 이후 러시아에서 부의 지형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보여주는 귀중하고 흥미로운 창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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